관련기사

thumb-d502404131de475c186791770091fc81_1708328995_5644_600x369.jpg

사진=임도연 변호사

법률혼주의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법률상 부부로 인정받으려면 혼인의 형식적 요건과 실질적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혼인의 형식적 요건이란 혼인신고를 말하고 실질적 요건이란 당사자 쌍방 간의 혼인이 맞고 만 18세 이상의 혼인적령에 해당하며 부모나 후견인의 동의를 구했고 중혼이나 근친혼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혼인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혼인신고를 했다 하더라도 혼인취소를 통해 혼인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

민법상 혼인취소 사유로는 만 18세 미만인 사람인 경우, 부모의 동의 없이 한 미성년자의 혼인, 혼인무효에 해당하는 경우 외 인척 및 양부모계 친족간의 혼인, 중혼,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 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운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한 때,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 표시를 한 때 등이 있다. 참고로 혼인무효 사유로는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던 경우,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결혼, 당사자 간 직계인척 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당사자 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 관계가 있었던 때 등이 있다.

혼인취소를 하면 장래를 향해 혼인관계가 해소되기 때문에 혼인무효처럼 혼인을 한 사실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른바 ‘사기결혼’처럼 상대방의 잘못 때문에 혼인관계를 맺고 해소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나타낼 수 있어 피해자가 이후의 삶을 살아갈 때 이혼보다 유리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만일 사기나 강박 등으로 인해 혼인에 이른 상태라면 혼인 취소소송과 더불어 손해배상청구도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과거 결혼을 한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이 같은 사실을 속이고 결혼을 했는데, 이후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어 더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이는 사기에 의한 결혼이므로 혼인 취소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이 과거의 어떠한 사실을 숨겼다는 것만으로 무조건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판례에 따르면 상대방이 숨긴 사실이 혼인의 의사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만일 결혼 전 관련 사정을 알았더라면 혼인을 결심하지 않을 정도로 중대한 내용이어야 한다. 혼인 상대방의 과거 혼인 및 이혼 경력, 출산 경력, 범죄경력은 혼인을 결정하는 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다.

다만 사기에 의한 혼인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로부터 3개월 내에 혼인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또한 소송에서 혼인신고 당시, 상대방에게 혼인 관계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악질적인 사유가 있다는 점을 몰랐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므로 증거 자료 등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사기결혼에 따른 혼인취소가 인정되면 혼인으로 발생한 정신적, 금전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진행할 수 있으므로 당사자가 받은 피해를 입증한 자료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법무법인YK 부천분사무소 임도연 이혼전문변호사는 “과거에는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기망행위를 한 경우에만 사기에 의한 결혼을 인정했지만 요즘에는 범죄전력 등 중대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소극적 기망행위를 한 경우에도 사기결혼으로 보아 혼인취소를 인정하는 판결이 늘어나고 있다”며 “혼인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은 상당히 짧은 편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진행하여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